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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茶와사랑에빠지다
新 보이차(흑차)소개

00년 진년 숙전 500g

by 황비홍님 2012. 10. 19.

 

잘익은 진년 숙차를 소개합니다.

특이사항은 겉포장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고

차속에 내비도 없는 정체불명의 상품입니다.

 

그냥 00년 제작된 500g 진년숙전 입니다.

 

이렇게 내세울 것 없이, 이름없는 상품을

그럼에도 소개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일단 제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진년숙차이고

그 만큼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전차는 포장은 없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든 물건인지

소장가로 부터 정확히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물건은 원래 국영차창인 여명차창의 제7분창에서 만든 물건으로

00년에 맹해, 경매지역의 차청을 기본으로 병배한 숙차라고 합니다.

06년인가 차창이 민영화되면서 창고에 남아 있던 물건이 처분되었고 

그때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1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절반은 운남에서 절반은 광동에서 보관되어서

발효가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것이 

현재 차의 보관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남방차에서 자주 보이는 백상이나 매변현상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 이런 물건은 대부분 차창에서 한해의 제품을 만들고

남은 여분의 차청으로 차를 제작해 놓은 것으로

예전에 국영차창은 차청이 남아돌아도 국가에서 주문한 만큼만

차제작을 하였기 때문에 남은 차청이 생기면 이렇게 상표 없이

차를 제작하여 뒤로 팔거나 창고에 보관해두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숙차를 처음 접하고, 

바로 국영차창의 기술로 만든 숙차임을 확신했었습니다.

국영차창 숙차의 익숙한 느낌이 있습니다.

 

몇번에 걸쳐 설명을 드렸지만 이천년 이전엔

숙차 만드는 기술은 국영차창만이 보유한 국가기밀로 

그 밖의 소형 차창의 숙차는 기술이 조악하고 비위생적이여서

맛과 품질에서 국영차창 숙차제품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내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정규품이 아니였을 겁니다.

 

차의 겉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은

일반 전차(砖茶)에 비해 크고, 상당히 두꺼운 500g 전차라는 것과

년수에 비해 아주 깨끗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보통 전차가 등급이 낮은 차청을 주로 사용하는 특징에 비해

이 상품은 전면에 노란 금호가 많이 보이는 것이 

3급 정도의 어린 차청 위주로 병배된 고급 숙차임을 알수 있습니다.

 뒷면도 마찬가지로 어린차청위주로 병배되어 있습니다

 

 

뒷면을 가까이 접사한 사진입니다. 앞면과 마찬가지로

노란 금호가 가득한 것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 정성스럽게 잘 만든 특별한 숙차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차를 해체해보니 이물건의 실체가 나타납니다.

 

 

 중간 부분을 확인하니 역시나 낮은 등급의 차청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5등급에서 7등급 정도 되는 차청으로 보통 숙차를 만들때 주로 사용되는 차청입니다.

앞뒷면은 보기좋게 어린차청으로 깔고 속에는 낮은 차청을 넣는 것은

대형차창이 지금까지도 즐겨 사용하는 압병방식으로

사실 이래야 정상적인 숙차 제품인 것입니다. 당연한 패턴입니다.

 

만약 겉과 속이 전부 어린 차청으로 병배된 물건이었다면

특별 주문생산된 고급 숙차로 착각하였을 것이고,

오히려 국영차창 제품이 아닐거라 의심하였을 겁니다.

 

 

탕색이 아주 맑고 검붉은 탕색이 아주 선명합니다.

오랜 세월 발효 보관상태에 문제가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기본적으로 국영차창 기술로 만든 숙차여서 그런지

 잡맛없이 깨끗하고 좋은 숙차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월 묵은 진향이 정확하게 올라 붙었고

발효차로서 변화된 화~한 맛과 깊고 풍부한 맛도 정확합니다.

 

 

이 숙전은 어린차청과 중간차청이 고루 병배되어

등급별 차청이 주는 달콤함, 구수함, 시원한 다양한 맛이 조화롭고

이미 신차에서는 느낄수 없는 복잡하고 풍부한  맛과 향이 생성되어

 자꾸 마시고 싶은 매력적인 진년 숙차로 완성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소개한 숙차중에서 

90년대 초반 숙전차, 02년 대익 7262, 04년 흥해 야상곡과 같이

세월 묵은 진향이 정확하다고 추천한 진년숙차가 맘에 드신 분이라면

이 물건은 믿고 구매하셔도 좋습니다.

 

 

엽저를 보면 주맥이 튼실한 것이 좋은 차청임을 알수 있고

부셔졌으나 비교적 온전한 찻잎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 오랜세월에 발효가 진행되면서 찻잎이 뻣뻣해지는

목질화 현상이 이미 시작되어 조금씩 탄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더 달콤하고  진향이 정확한 품질좋은 고가의 진년숙차가

얼마든지 많이 있긴 하지만, 이 물건은 적어도 제 기준에서 

 진년숙차가 갖추어야 할 기본요건은 모두 충족하는

아주 만족스러운 진년숙차 제품으로

단지, 브랜드와 년수가 정확하지 않은 관계로 

렴하게 소개하는 제품이지

넉넉한 양과 착한 가격을 생각한다면 무조건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꼭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만족스런 진년 제품은 수량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10년 이상 묵은 품질좋은 진년 보이차가 많이 남아있다면

이것 역시 좀 의심해봐야 하긴 합니다.

현재 100편 조금 넘게 확보해 놓았습니다

 

이 진년숙전은 제 기준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맛으로

더 묵혀도 좋지만 바로 해체하여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드시기전에 1~2주일 정도 해체하여 거풍을 해주시고

숙차의 맛을 정리해주는 자사호를 사용하여 우려 드시면

더욱 깨끗하고 좋은 맛으로 즐기실수 있습니다.

 

1차 물량 모두 소진하고

추가로 구해온 마지막 물량입니다.

 

00년 진년숙전 500g